겨우살이의 세상살이 부럽다
겨우살이의 세상살이 부럽다
  • 경대일보
  • 승인 2021.03.25 18:05
  • 댓글 0
이 기사를 공유합니다

배동현 포항취재본부장·시인

남의 눈치 안 보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흔히 얌체라고 한다.
인간사회의 얌체족이 선량하고 순박한 사람을 속이듯 이 나라 정치판에도 그런 사람들은 적지 않다.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멍청한 박새가 한 계절 내내 헛고생하게 만드는 도가 지나친 얌체족으로 분류된다.
나무나라에 있어 제일 얌체는 누구일까요?
나무의 생태를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 단숨에 ‘겨우살이’라고 말할 것이다. 남의 나무에 등 기대고 간신히 살아간다 해 겨우살이라 이름 했다.
특히 추운 겨울에도 더욱 굳세게 잘 산다 해 이름 부쳐진 이름이 겨우살이라는 별칭의 뜻도 있다. 한자로 동청이라고 하니 겨우살이에서 유래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.
주로 참나무 종류의 큰 나무 위 높다란 가지에 붙어 자라는 ‘나무 위의 작은 나무’로서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까치집이다. 모양은 풀 같지만 겨울에 어미나무의 잎이 다 떨어져도 혼자 진한 초록빛을 자랑하는 늘 푸른 나무로 분류된다.
가을이면 굵은 콩알 만 한 노란 열매가 달린다. 가을 햇살에 비치는 열매는 영롱한 수정처럼 아름답다. 열매는 속에 파란 씨앗이 들어있고 끈적끈적하며 말랑말랑한 육질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서 산새 들새가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이다.
먹고 나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그대로 배설된다. 마르면서 마치 방소성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처럼 단단하게 가지에 고정된다.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끄떡없이 씨앗을 보관할 수 있는 철저한 얌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.
겨우살이는 알맞은 환경이 되면 싹이 트고 뿌리가 돋아나면서 나무껍질을 뚫고 살 속을 파고 들어가 어미나무의 수분과 필수 영양소를 빨아먹고 산다.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지 잎에서는 상당한 양의 광합성을 해 모자라는 영양분을 보충해 주기도 하면서 삶의 여유를 즐긴다.
사시사철 놀아도 물 걱정, 양식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. 세찬 겨울바람이 아무리 몰아쳐도 겨우살이는 흔들흔들 그네 타는 어린이처럼 마냥 즐겁게 산다. 땅에다 뿌리를 내리고 다른 나무들과 필사적인 경쟁을 하는 어미나무의 입장에서 는 정말 분통 터질 노릇이라 아니할 수 없다. 뽑아내 버릴 수도, 어디다 하소연할 수조차 없으니 고스란히 운명처럼 당하고만 살아간다.
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주술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의 축하파티가 열리는 방 문간에 걸어 놓고 이 아래를 지나가면 행운이 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.
또 마력과 병을 치료하는 약효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믿었으며 겨우살이가 붙은 나무 밑에서 입맞춤을 하면 반드시 결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.
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며 가지는 Y자처럼 두 갈래로 계속 갈라지고 끝에는 두 개의 잎이 마주나기도 하며 가지는 둥글고 황록색이다. 키가 1m에 이르기도 하나 대체로 50~60㎝로 가지가 얼기설기 뻗어 까치집 모양을 한다.
잎은 피뢰침처럼 생겼고 진한 초록빛으로 도톰하고 육질이 많아 다른 상록수처럼 윤기가 자르르하지는 않다.
꽃은 암수 딴 나무에 피며 이른 봄 가지 끝에 연한 황색의 작은 꽃을 피워 곱기가 이를 데가 없다. 겨우살이 종류에는 이외에도 남쪽 섬의 동백나무에 주로 기생하는 동백나무 겨우살이를 비롯해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꼬리겨우살이 등이 있다.
겨우살이 종류는 모두 약재로 쓰였으나 특히 한방에 가면 뽕나무에 잘 기생하는 꼬리겨우살이를 상상 기생(桑上寄生)이라 해 특히 귀중한 약재로 많이 쓰곤 한다.
험한 세상살이 하다 보면 겨우살이만큼 부러운 나무가 있을까 싶어 항상 팔자 좋은 나무라 요즘 들어 나 또한 지극하게 부러워하는 나무 리스트에다 맨 먼저 오려 두었다.
코로나 시국이라 그런지 내 어찌 마다 할까 만은 팔자 한번 확 피게 하는 게 없나?
더더욱 간절해진다.


댓글삭제
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.
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?
댓글 0
댓글쓰기
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·계정인증을 통해
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.